저는 시간을 이렇게 씁니다.
들어가며
저의 닉네임이자 이 블로그의 이름이 자라자인 이유를 아시나요? 자라자에는 무려 세 가지 뜻이 담겨 있답니다.
설명하는 것은 참 낯간지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말해보자면
1. 자라자! (Let's grow up!)
2. 잘 하자! (Let's do it well!)
3. 자라 자(please sleep) 소리를 들을 때까지 열심히 하자.
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하하. 닉네임으로 이런 이름을 택할 정도로 저는 성장하고 싶습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사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고, 더 유능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하루하루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장은 기록에서 나온다
사실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었던 내용은 성장 자체라기보다 성장을 위한 방법론입니다. 저는 성장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는 남들보다 더디기 때문에, 맨땅에 박치기 하는 것 같이 시간을 때려부어야 어느 정도 성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을 때려붓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를 정말 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곳에 시간을 크게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갑자기 하루가 30시간이 되어서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큰 시간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각 세부 목표에 대한 시간 투자를 현명하게 해야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기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꾸준히 기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메타인지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반성의 과정이지요. 나는 얼마만큼의 시간에 어떠한 양만큼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게 됩니다. 즉 자신의 처리 속도를 점점 인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속도를 알면 하루가 끝날 때의 내 모습, 이번 주가 끝날 때의 내 모습, 한 달이 끝날 때의 내 모습을 조금 더 뚜렷하게 그릴 수 있고, 이러한 속도 감각은 현실적으로 계획을 실천하는 능력을 줌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성장을 저해하는 딴짓을 하지 못하게 해주는 유익함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기록을 해야할까
그렇다면 시간을 어떤 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이에 대해서 아직도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데일리리포트의 방식을 차용해서 한 시간 단위로 무언가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노트에 적다가 그것이 불편하여 핸드폰의 메모장을 이용했고, 그것이 또 불편해서 결국 노션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노션에서 표 데이터베이스 전체 페이지를 만들고, 날짜마다 표를 하나씩 생성해서 기록을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시간 단위로 기록하는 것은 저에게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직접 기록을 해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사람이 한 시간동안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 과정을 1시간 단위로 기록하게 되면 아무래도 뭉뚱그려서 기록하는 일이 잦아지고, 그렇게 되면 정확한 반성을 하기가 힘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1시간 동안 책 읽기, 웹툰 한 편 보기, 유튜브 영상 1개 시청, 다른 사람과 카톡, 과제 수정해서 제출 등의 일을 복잡한 순서로 진행할 수 있는데 막상 기록을 하게 되면 그 1시간을 대표하는 일로 기록을 하게 되는 것이고 .. 알게 모르게 새어나간 시간(웹툰을 본다던지, 유튜브 하나 본다던지)은 기록에서 제외하고 책 읽기, 과제 제출 등으로 그 시간이 기록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면 제대로 된 반성을 할 수가 없습니다.
1차적인 대안으로는 1시간동안 벌어진 일들을 더욱 자세하게 쓰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봤는데, 저한테는 방법이 맞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사람이 딴짓을 계획하고 하지는 않잖아요. ㅎㅎㅎ 저는 딴짓이 스트레스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라고 생각하는데, 1시간이 지나고 기록을 해야하는 시점이 왔을 때 내가 어떤 순서로 계획된 일을 하고 딴짓거리를 했는지 기억해내는 과정이 굉장히 소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기록하는 주기를 더 짧게 하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몇 분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것은 개인의 취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시간 단위, 30분 단위, 20분 단위, 10분 단위를 모두 해봤어요. 아래 사진은 과거(21년 6월 16일)의 기록 중 하나를 가져온 것인데, 이 때는 10분단위로 기록을 했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면 정말 시간을 쪼개서 살게 됩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아, 나 오늘 빈틈없이 잘 살았구나." 하는 소소한 성취감도 생기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10분은 또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20분 단위로 기록을 하고 있답니다. 기록 과정의 변천사를 일일이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바로 제일 최신 버전을 소개하겠습니다.
자라자의 시간 기록 관리문서 최신버전
제가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노션 문서의 모습인데요, 하위 문서들을 만들어서 기록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날짜별로 했는데, 나중에 한 번에 보기가 불편해서 지금은 주간으로 모아서 기록하고 있어요.
이렇게 날짜가 최신 내용이 위에오도록 기록하고 있고, 맨 위에는 전체 일정을 관리하는 캘린더, 그날 그날의 기록을 위한 틀이 담긴 양식, 운동일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식 문서는 이런 식으로 20분 간격으로 시간을 나눠서 표를 간단하게 구성해놨어요. 날짜가 1월 7일인 이유는 저 때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된 양식이라 그렇고, 옆에 있는 신호등 스티커는 20분을 평가하기 위한 마커입니다.
이런 식으로 알람을 맞춰 놓고, 알람이 울리면 알람을 끄고 핸드폰으로 노션 문서에 기록을 바로 해요. 컴퓨터로 할 때도 있고, 핸드폰으로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록을 한 후에는 바로 스티커를 붙여 넣습니다. 지금 글을 적는 와중에도 시간을 기록하라는 알람이 울리네요.
스티커는 시간 사용을 시각화하기 위한 도구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되돌려도 이 일을 했던 것에 후회가 없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면 초록색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이렇게밖에 시간을 쓸 수 없었음"이라면 노랑색을,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나태했음. 딴짓거리를 함."이라면 빨강색을 붙입니다. 노랑색의 대표적인 예로는 집안일이나 심부름 ... 등이 있겠네요.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컴퓨터의 경우 이모티콘을 클립보드에 "고정" 해두고 윈도우키 + V 후 end로 찾으시면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자동으로 최근 사용 이모티콘이 떠서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요. TMI로 end키가 멀어서 keyboard tweak으로 저는 caps lock과 바꿨답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쯤에는 빨강 노랑 초록이 몇 개 되는 지 세어보고 오늘 하루를 반성합니다. 종종 쓰러져서 바로 잠들기도 하지만요. 하하
글을 맺으며
하루하루 기록해가며 느낀 것은 나는 얼마큼 집중하면 힘들어하고 어떤 방식으로 얼마큼 쉬어야 다시 충전되는 지를 아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제가 게으른 사람인지를 매일 뼈저리게 느끼기도 하고요.
끝으로, 이 글을 쓴 목적은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생각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의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작은 성취를 맛보며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충분히 만족할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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